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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생활/책

<청춘의 독서> 유시민

by 김토익 2016.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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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독서





청춘의 독서 <유시민>



<읽게 된 동기>

책장을 보다가 청춘(靑春)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뽑았다.

예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책 제목인데 읽어 본 적은 없었다. 혈기왕성하던 20대 초반을 지나 20대 후반으로 들어서더니, 이제 곧 삼십 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슬 초조해지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돼서 골랐을지도 모르겠다.

한 3주 전쯤인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20대 30대가 늙으면 아마 죽고 싶어도 의학기술이 너무 좋아서 계속 살아야 할 세상이 올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든 단어가 “강제 100살 시대”였다.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년 시기를 지금보다 늘려야 최대치가 65세 정도로 될 것 같다. 은퇴하게 된다면 남은 35년 넘기를 무노동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살기도 급급한데 35년 넘게 쓸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65세부터 뭐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돈이야 뭐….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65세 이후에는 작은 책방을 차려서 흔들의자 가져다 놓고 책 읽는 상상을 해보았다.

또 70~80세까지만 살다가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70대가 되려면 한 40년 남았으니 2056년쯤의 일이겠구나…. 아무튼, 잡설이 엄청나게 길었다.



<작가 이야기>

유시민 작가는 요즘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 맹활약 중이다.

1959년 7월 28일 경주 출생

1992년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1997년 마인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유시민 작가의 보건복지부 장관 청문회는 지금도 가끔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정치적 성향으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작가로서는 괜찮다는 평이 많다.



<책 내용>

유시민 작가는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도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손 떼 묻은 책들을 꺼내 들었다.

머리말에는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 책을 준다고 쓰여 있다. 이 책에서 제일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 머리말이라서 머리말을 좀 적어 볼까 한다.

머리말 :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가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 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 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나왔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몰입돼서 그런지 머리말만 몇 번씩 읽었다. 다시 읽어도 정말 좋은 부분이다.-


책 내용 중에서 몇 가지 작품을 선별해서 적어 볼까 한다.

우선은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푸시킨 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이 구절을 우리는 어디서나 한 번씩은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웃긴 것은 러시아에서 이것은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니라고 한다. 특별한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있는 작품도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대위의 딸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이다. 푸가초프의 반란과 참혹했던 내전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농노제도와 차르의 전제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 혁명적인 소설이다. 그 반란에 앞서 일어났던 바시키르나 카자크 반란 때, 거기 참가했던 사람들의 코와 귀를 베고 혀를 자르는 등 제정러시아 정부가 저질렀던 야만적 보복 행위에 관한 서술도 모두 실제 있었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황제 니콜라이 1세와 검열관이 속속 들여 보는 가운데 푸시킨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입니다.”라고 외친다.

-대위의 딸을 쓰면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작가가 고민을 많이 했을까? 아니면 천부적인 능력 때문에 고민 없이 작품을 완성 시켰는지 궁금해졌다.-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사기> 사마천

p.159 정말 사람들의 말에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을 치워버린다. 적을 깨뜨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하는 죽게 된다”라고 하더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사기열전 1, 806쪽

한신은 힘의 집중을 추구하는 권력의 기본 생리를 너무 늦게 이해했다. 그래서 황제를 원망하지 않고 ‘토사구팽’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런 한신과 유방의 이야기를 하면서 책은 정치의 위대함을 생각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특히 아래 부분이 공감 되었다.

p.179

만약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을 2000년 전으로 던져놓는다면, 그들 중에서 틀림없이 유방과 항우, 소하와 한신, 숙손통과 여태후가 나올 것이다. 반면 여태후를 타임머신에 태워 현재로 데려와 어느 나라의 퍼스트레이디로 세운다고 해도 ‘사람 돼지’를 만드는 악행은 결코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인류가 긴 시간 동안 발전시켜온 법과 제도, 정치가 헛되지 않은 시간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북쪽 돼지가 빨리 죽어서 통일이 돼야 할 텐데 말이다.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P.225

부에 대한 욕망은 그 본질적 속성 때문에 한 개인의 경우에도 충족되기 힘들다. 하물며 부에 대한 평균적 일반적 욕망의 충족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리 폭넓게, 평등하게, 또는 ‘공정하게’ 부가 나누어지고 공동체의 부가 일반적으로 아무리 증가한다고 해도, 재화를 축적하는 일에서 다른 모든 사람을 능가하려고 하는 만인의 욕망에 근거를 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 이르지는 못한다. p.58 유한계급론

-많은 부를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부를 원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그럴 것이다. 1억을 모으면 5억을, 5억을 모으면 10억이 탐난다. 나 역시 욕망의 항아리에 돈을 쏟아부어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경제학 공부할 때 유한계급론과 베블런 효과를 많이 들어서 베블런의 뒷이야기는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보수적인 시카고 대학교에서 손꼽히는 비호감 인물에다가 너무 많은 여인의 사랑을 거절하지 못해서 15년 만에 쫓겨나고 당시에는 그가 썼던 <영리기업론>, <제작 본능론>, <독일제국과 산업혁명>, <미국의 고등교육> 등이 <유한계급론>만큼 성공하지도 못했다. 두 번째 아내는 병으로 떠나고 시카고 대학에서 쫓겨난 뒤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잡지사를 운영했지만, 그것마저 실패하였다. 베블런은 유언에 자신을 가장 값싸게 화장하고, 모든 추모와 건립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그 유언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이 소설에는 부제가 있으며 다음과 같은‘모토’까지 딸려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Bild>와 유사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소설 후기에는 뵐은 이 작품의 주제가 언론이 저지르는 범죄의 원인과 양상을 다루는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에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제목뿐만 아니라,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도 있다는 것이다. 헤드라인의 폭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저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 신문들이 정말 금수 같은 그들의 ‘무지함’으로 무엇을 일으킬 수 있는지 한 번쯤 연구해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정일 것이다.

-사실 요즘은 취업 준비 중이라서 평소보다 더 많은 라디오와 신문들을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A라는 현상에 대해 나의 A라는 답변이 정말 내 생각일까? 난 그저 B라는 라디오에서 전문가가 나와서 하는 주장을 그냥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견인 것마냥 말하지는 않는가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 내 생각을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한가? 라는 자괴감 마저 들기도 하였다.

사실 A 신문을 보고 전문가 이야기 들어도 맞는 거 같고, B 라디오를 듣고 전문가 이야기하는 것도 맞는 거 같다. 좀 더 스스로 생각하고 분별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책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엮은 고전들은 우리가 “읽었던 책 아니야?”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데 막상 이렇게 뜯고 보니 책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았다. 한 번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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